손성식목사님의 글 <묵시와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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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시와 현실』

【아일랜드】

감독: 마이클 베이
제작사: 워너 브러더스

예전에 「도그빌」을 보고 느꼈던 점을 쓴 기억이 난다. 참 지루한 영화였다. 하지만 인간의 내밀한 욕망을 밖으로 끄집어내서 이미지를 그려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었다. 현실교회에서 생산되고 있는 시시껄렁한 설교들보다 훌륭했다.

설교란 치장하는 것이 아니라 발가벗기는 것이다. 욕망 하는 아담 세계를 확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폭로하는 것이다. 「도그빌」은 바로 그 작업을 하였다. 그래서 난 이제까지 우리가 규정한 종교영화에 대한 선을 다시 그어야 된 다고 본 것이다.

성경을 영화화한다는 것은 역사적 예수님의 사건을 사실적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십자가 사건이 기반하고 있는 인간의 욕망과 그 배후세력을 제대로 들추어내야 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복음은 역사적 리얼리티가 아니라 묵시적 리얼리티이기 때문이다.

내가 경험하는 아담세계에는 천의 케리그마가 낚시바늘에 달린 미끼처럼 우매한 대중들을 선동한다. 천의 정보가 천의 계열을 낳는다. 그러므로 자본의 흐름은 정보를 독점하여 권력을 양산하는 선을 긋는다.

초기 자본주의에서 생성된 근대 국가라는 신화는 이제 와해되고 자본의 흐름을 조작하는 거대한 지구정부가 수립되어 있는 것 같다. 땅의 경계, 인종의 경계, 민족의 경계는 점점 희석되고 IMF, IBRD, OECD, WTO등의 거대기구들이 새로운 경계를 설정하는 지도를 만든다.

철학-신학-과학-예술-영화-스포츠 등은 자발적인 목적이 무장해제 당한 체 모두 자본흐름의 생산라인으로 재편성된다. 자본은 그냥 돈이 아니라 아담세계로부터 피어오르는 희망의 원리이다. "생명 창조"라는 자본의 목적은 아담세계의 목표가 도달되는 지점이다.

본 영화는 "생명 창조"라는 아담세계의 영원한 목표설정에 찬 물을 끼얹는다. 예상치 못하는 우발성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것은 아담세계의 정체가 와해될지도 모른다는 디스토피아이다. 인간이 인간답다는 정체의 확인이 인간 아닌 클론에 의해서 대체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다.

꺼지지 않는 아담세계의 욕망은 "생명 창조"라는 신의 영역까지도 침범하려 한다. 이제 신과 인간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인간은 신을 대면하려 한다. 피조물이 아니라 창조자의 입장에서. 하지만 그들이 만난 것은 유토피아가 아니라 디스토피아였다. 아름다움이 아니라 추함이었고, 기쁨이 아니라 슬픔이었다.

아일랜드는 아담세상 자체로부터 흘러나오는 불안과 공포를 이미지화시킨다. 이것은 멈출 수 없는 욕망의 흐름의 내부에서 생성되는 반성이다. 하지만 반성이 흐름을 중단시킬 수 없다는 것이 아이러니이다. 물론 자본의 일상에 포로 잡힌 아담세계에겐 반성자체도 무의미한 일이 되겠지만.

아담세계는 역사를 묵시화시키려는데 반해 현실교회는 묵시를 역사화 시키려한다. 참 패러독스이다. 아담세계는 자본을 기반으로 하늘세계에 침투하려고 하고, 현실교회는 자본을 획득하기 위해서 묵시를 역사에 고정시킨다. 아이러니이다.
Posted by 김 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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