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사학자 아베 긴야와 떠나는 중세 유럽 여행’
뉴시스 기사전송 2008-01-17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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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유럽중세 사학자 아베 긴야(阿部謹也·73)의 ‘중세를 여행하는 사람들’과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가 한꺼번에 나왔다. ◇‘중세를 여행하는 사람들’은 당대 서양 풍속사의 보고다. 강을 건너려고 나루터에 와서 3시간 동안 나루지기를 불렀는 데도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면 근처 주막에서 나루지기의 이름으로 공짜 와인을 마실 수 있었다. 나루지기는 하천 교통의 실질적 담당자다. 사람들을 건네줘야 하는 엄격한 의무를 지고 있었다. 관리가 조세로 닭을 징수하기 위해 농가를 찾았는데 집안에 임신부가 있다. 세리는 닭의 머리만 잘라오고 몸뚱이는 집 안에 던져넣어야 한다. 임신부 영양 섭취용이다. 숲의 나무껍질을 벗긴 자는 그 나무에 묶는다. 이어 배에서 창자를 꺼내 나무껍질이 다시 살아날 때까지 나무에 말아두는 끔찍한 형벌도 있었다. 나무는 농촌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매우 중요한 자원이었다. 아베는 중세유럽을 ‘이동과 정착’으로 파악한다. 농민, 목욕탕 주인, 제분업자, 빵집 주인 등은 정착자의 세계에 속해 있었다. 집시와 거지, 편직공 등은 방랑자의 부류다. 이들 이동과 정착의 접점을 이루는 존재는 나루지기, 목로주점 주인, 목자, 푸줏간 주인 등이다. 오정환 옮김, 336쪽, 1만3000원, 한길사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는 전설 너머에 감춰진 중세인들의 삶이다. 1284년 6월26일 독일의 소도시 하멜른에서 발생한 어린이들 실종사건이 기반이다. 픽션도 따르기 힘든 박력을 지닌 스토리다. 사건 당시부터 전모가 수수께끼였던 이 전설을 해명하고자 여러 나라에서 오랫동안 연구가 계속돼 왔으나 아직도 정답은 없다. 처음에는 아이들의 실종을 전하는 몇 줄의 서술에 지나지 않았던 이야기다. 세월이 지나면서 전설의 색채가 덧입혀졌고 ‘피리 부는 사나이’, 후일에는 ‘쥐 사냥꾼’의 모티프가 결합하면서 현재의 형태를 띠게 됐다. 이후 16~17세기 이래로 이 전설은 다양하게 활용됐다. 교회나 신학자는 민중교화에 썼다. 알 수 없는 운명에 휘둘린 독일민족의 과거를 설명하는 수단이 됐다. 독일 통일운동으로 민중의 힘을 집결시키는 이야기였다. 민중정신의 발로, 지적 호기심의 대상으로 신학·계몽사상·낭만주의·역사학 등의 소재도 됐다. 아베는 중세사회에서 외면당한 존재인 ‘피리 부는 사나이’와 ‘어린이들’에 주목하고 있다. 피리 부는 사나이는 유랑예인이라는 천민신분이다. 일반 시민에게 박해 받았고, 모든 불행한 사건의 책임이 전가되는 대상이기도 했다. 하멜른의 어린이 실종사건이 일어난 13세기 말은 유랑악사에게 가장 험난한 시대였다. 사회적 지위도 최하였다. 생활고에 신음하고 차별받는 도시의 하층민이나 그 자식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초 유랑악사였던 피리 부는 사나이의 이미지는 시대별로 달리 나타난다. 16세기 종교개혁기에 이르자 신학자들은 피리 부는 사나이를 마술사 혹은 악마로 규정한다. 두려움을 불러 새 종교의 권위를 세우려는 의도였다. 이에 반발한 서민들은 시참사회(市參事會)가 배반한 ‘쥐 사냥꾼’의 이미지를 피리 부는 사나이 전설에 접목, 자신들의 분노와 절망을 드러냈다. 현대의 피리 부는 사나이는 700년 전 사건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보통명사로 선도자, 유혹자의 상징이다. 중세는 어린이의 영역을 인정하지 않았다. 어린이는 어른의 세상에서 스스로 놀이와 즐거움을 찾아 손에 넣어야 했다. ‘작은 어른’으로서 아버지가 죽으면 바로 일가의 가장이나 일족의 우두머리가 됐다. 힘겨운 환경 속에서 보호 없이 내던져진 중세의 어린이는 삶의 무게를 견디기 힘들 때면 ‘망아의 세계’로 도피, 현대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기도 했다. ‘어린이 십자군’과 에르푸트르의 어린이 무도행진 등이 보기다. 아베가 피리 부는 사나이에서 발견한 것은 중세 하층민의 고통과 설움이다. 전설의 변모 과정에는 차별 받는 천민인 피리 부는 사나이를 동료로 여기고, 배반당한 쥐 사냥꾼에게 자신의 처지를 투영하고, 현실에 절망하면서도 자녀들의 장밋빛 미래를 꿈꾼 가난한 부모들이 있었다. 양억관 옮김, 272쪽, 1만2000원, 한길사 |
http://www.animalpicturesarchive.com/view.php?tid=5&did=6779
http://www.scienceall.com/sa_community/share/knowledge.sca?todo=KnowledgeView&QueNo=6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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