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괴물(블랙) 입니다.

2011년 8월 22일 월요일 오전 9:23:46  김대식


날 때부터 두 눈과 두 귀는 [있음]이 아닌 모양 뿐인 [없음] 그 자체 였습니다.
그래서 모든 것이 어두움 뿐입니다.
블랙입니다.

빛을 빛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 조차도 상상할수도 없었고
빛이 뭔지도 그래서 어두움이 뭔지도 아예 모릅니다.
아픔도 기쁨도 어떻게 소리로 표현할 줄도 모릅니다.
그것이 뭔지도 아예 모르는
모르는 것 조차도 모르는

그렇게 괴물 그 자체로 태어났습니다.

짐승

가장 잘 어울리는 표현입니다.

그렇게 수년이 지나고 나니
어느날

나의 괴물과 같은 신체에
또라이 선생이 하나 찾아와서
몸에 문자를 새겨 박아넣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뭔지도 모르는데
이상하게 이상하게 슥슥 긋는 것들이
나에게는 아무 의미 조차도 없는 선들 하나하나
곡선 하나 하나
점 점 점 하나 하나가 의미로 찾아와
소리를 들을 수 없는 나에게 소리처럼 다가왔습니다.

속삭임

나에게 누가 처음으로 속삭여 줍니다.

소근 소근 귀를 간질이면서
이미 죽어버린 아무 기능도 못하는 귀를
막힌 담을 헐어주듯
쇼생크탈출의 주인공처럼 아무것도 없는 벽에게 생명의 구멍을 뚫어줍니다.
단절된 공간이 숟가락으로 판 수도없이 파고 파고 판 그 구멍에서 빛이 스며들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빛이 구멍파는 숟가락을 조정한 것 같습니다.
모래를 주머니속에 집어 넣어 몰래버리듯이

이제 어두움 하나 하나 버리는 재미에 빠져듭니다.

전혀 다른 기쁨입니다. 눈뜬 인간들은 전혀 알길이 없는 기쁨입니다. 특이한 즐거움입니다.
버리는 재미가 어떤 재미인지 말입니다.
어두움 하나 하나를 버리는 재미는 세상이 줄 수 없는
예수라는 또라이 선생만이 주는 기쁨입니다.


흑 흑 흑 ㅜㅜ

그런데 알고보니
그 빛은 예수님 자신이 어두움으로 뛰어들고 자신의 두 눈을 뽑아서 준 빛이였습니다.
그 소리는 예수님 자신의 귀를 찢어서 내 귀에 심어버린 소리였습니다.

나는 빛이 되고 그 분은 어두움이 되는
나는 소리가 되고 그 분은 귀머거리가 되는

죽음과 맞바꿔버린 생명이였던 겁니다.

그래서 버티고 버티고 막아섰던 겁니다.

어두움이 나를 삼키고자할 때 더 이상 넘어오지 못하도록 막았던 겁니다.
나는 양 같아서 그것이 뭔지도 모르고 접시도 던지고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을 부서버렸습니다.

그러든 말든 그 또라이 선생은 자신의 눈이 블랙이 되는 줄을 뻔히 알면서도
나를 장악한 어두움과 맞서며 더 이상 넘지 말도록 버티고 있습니다.

그는 나의 눈을 뜨게 하는 자는 아닙니다.
그는 나의 귀를 열어 주는 자는 아닙니다.
그런 기적 따위는 없습니다. 내 눈과 귀는 여전히 그대로 입니다.

오히려 너야 말로 소경이다 라고 알려주고 최고의 선물을 주십니다. 자신의 블랙 안경입니다.
너야 말로 귀머거리다 라고 알려주고 최고의 선물을 주십니다. 맹인 지팡이입니다.

소경인데 더 소경같은 검은안경 보라고 주는 것인지 안봐도 된다고 주는 것인지?
맹인인데 더 맹인같은 맹인지팡이를 주면 내가 듣지 못하는데 지팡이로 두들겨 본들 무슨 소용이 있는지 내가 안 듣기는 판국인데 말입니다.

그러나 그야말로 최고의 선물입니다. 마술지팡이요 요술안경입니다.

세상 사람들을 놀려먹는 그야말로 세상 사람들이 두 패로 홍해 갈라지듯이 나누어지는 마술지팡이입니다. 아무것도 없는데 다들 알아서 피합니다. 톡톡 소리만 내면 됩니다.

아무것도 볼수 없는 블랙 시커먼스 안경인데 지들이 알아서 보고 피합니다.

부끄러워서 남에게 피해줄까봐 세상에 내어 놓지를 못하는 이 괴물을
또라이 블랙선생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뭐가 그리 자랑스러워서 내어놓는지

자신이 친히 두 눈을 뽑아 박아버린 빛 그 자체라고
자신이 친히 귀를 뽑아서 박아버린 아름다운 소리라고
참으로 뻔뻔스럽게
자랑스럽게 내놓고서는 모조리 다 알아서 비키도록 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바리새인 보다 낫지 아니하면 절대로 천국에 못들어간다는 빛의 세계입니다.
바리새인을 못 넘도록 바리케이트를 예수님이 쳐 주셨습니다.
베드로처럼 넘어올 생각을 아예 말라꼬 꼬끼오 닭의 울음으로 가로막으셨습니다.

괴물이 아닌 인간이 되고팠는데
짐승이 아닌 은혜를 아는 사람이 되고팠는데
못 넘어서도록 어두움의 마귀를 바리케이트로 깔아서 가로막았습니다.

또라이 선생 예수님이 자신의 모든 영광을 버리고
괴물에게 넘어 오시겠다는 겁니다.

그것이 마술입니다. 십자가입니다.

이 십자가를 이룰려고 자신의 눈을 뽑아버렸고 자신의 귀를 짤라버렸습니다.
그 빛과 그 소리를 괴물에게 심어버리고자
직접 바리새인을 타 넘어서 오시겠다는 겁니다.

그 최고의 선물을 받은 괴물인 나는
죽을때까지 괴물이라는 껍데기는 벗을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미 천국의 소리 천국의 빛은
두 눈이 시퍼렇게 살아 있는 자들보다 더 먼저
그 소리를 듣고 그 빛을 보고 있습니다.

치매로 이미 나의 블랙선생은 두 눈과 두 귀를 잃어버렸지만
나는 여전히 괴물로써 이 블랙선생의 두 눈과 두 귀로 보고 듣고 있습니다.
블랙선생의 솜씨이기 때문입니다.

나의 마음판에 새겨진 블랙선생의 첫 소리요 처음 빛은

블랙입니다.  b l a c k (십자가의 죽음)

 

-----------

블랙 (Black 2005)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Main.do?movieId=48491

 

 

 
 

Posted by 김 대식
,